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닌 범행 동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진실과 허위가 계속 뒤바뀌며 몇 번이나 속게 만들었다. 노노구치의 범행 동기와 복잡한 심리가 인상적이었고, 가가 형사의 추리를 따라가며 끝까지 몰입해서 읽었다.

:: 악의 ::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윤옥
출판사: 현대문학
발행: 2019년 7월 25일
범인보다 범행 동기가 궁금해지는 추리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를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독특하게 다가왔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범인이 드러난 뒤 ‘도대체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가’를 파헤쳐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악의』 줄거리
소설은 작가인 히다카와 그의 친구 노노구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히다카는 캐나다에서 한동안 지낼 예정이라 집을 내놓은 상태였고, 집 주변에서 골칫거리였던 고양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농약을 뿌린다. 그런데 하필 그 시기에 옆집에 사는 니미의 고양이가 죽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한편 히다카가 쓴 소설도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 소설은 픽션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후지오 마사야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후지오 마사야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히다카에게 책의 회수와 전면적인 개고를 요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히다카는 노노구치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달라고 한다. 전화로는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은 캄캄했고, 이상한 느낌에 아내 리에에게 연락한다. 그리고 작업실 문을 열었을 때 히다카는 이미 죽어 있었다.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노노구치는 그곳에서 과거 자신이 교사로 근무했던 중학교의 동료 교사였던 가가 교이치로를 만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교사로 부임했던 가가가 이제는 형사가 되어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가가 교이치로의 수사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도 히다카와 관련된 주변 인물과 사건 당시의 상황을 끈질기게 질문한다.
노노구치는 친구의 죽음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건의 경위를 수기로 하나하나 적어 내려간다.
그런데 가가 형사는 그 수기를 읽으면서 조금씩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노노구치가 범인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황과 심증은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결국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의 수기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야 한다.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닌 동기를 찾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에 집중한다는 점이었다.
노노구치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시 진실처럼 드러난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작가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범행 동기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웠다. 단순히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읽고 난 뒤
『악의』를 읽으면서 놀라움이 계속 이어졌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범인인 노노구치가 등장하는 방식이었다. 분명 그가 잘못을 저질렀고 살인미수라는 행동까지 했지만, 이상하게도 단순히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그의 행동이 옳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의 삶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히다카에 대해서도 다른 감정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피해자로만 생각했던 인물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의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 강렬하게 몰아붙이는 공포가 아니라 어두운 빛이 천천히 번져가는 것처럼 담담하게 펼쳐지는 무서움이 있었다.
『악의』는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범행의 이유를 찾아가는 추리소설이었다. 진실과 허위가 계속 뒤바뀌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특히 단순한 범인 찾기보다 인간의 심리와 범행 동기를 파고드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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